지난해 초가을 무렵이었다. 군포시청의 책임 있는 분께 시 산하 청소년재단의 문제점에 대해 전달했다. 직장내부 비리, 직장내 괴롭힘, 인사횡포 등 전반적으로 썩어서 곪았고 자정능력을 상실했다고...
하지만 별다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고 이후 한두 차례 더 복수의 시청 관계자들에게 같은 내용을 전달했지만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
그 사이 올해 초 청소년재단에서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안타까운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소속 직원들의 동요와 사안의 파급성을 감안해 경찰 수사팀에 신속한 수사를, 군포시청측에는 연이은 2, 3차 피해가 우려되니 신속한 대책 마련과 조기 사태 수습이 필요하다고 전달했다. 시청측에 발빠른 대처와 재발방지 대책, 재단 안정화를 주문했으나 대처 방법은 매우 미숙했다.
시청과 재단의 핵심 부서측은 어처구니없게도 사태 수습과 문제 해결보다는 제보자 색출에 방점을 찍었다. 법치국가에서 공익 사건 제보자를 색출한다고... 아연실색할 일이다.
사태 수습과 관련해 시청 내부에서 우왕좌왕 하는 사이 명절을 며칠 앞두고 이번에는 청소년재단 대표이사가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반려되자 세상을 등지는 선택을 했다. 시청 내부에서도 당시에 사직서를 수리했으면 비극은 막았을 것이라고들 했다.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청소년재단과 시청의 특정 권력부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듯 하다. 최근 시청 권력부서 관계자의 가족이 채용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방법으로 합격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작년과 똑같은 유형의 비리들이었고 대처 방법도 동일했다.
시와 재단측은 이번에도 제보자를 색출하겠다고 요란을 떠는 모양이다.
이미 저지른 비리와 앞으로 있을 내부 비리 제보행위에 재갈을 물리고 이들을 고립시켜서 향후 다른 구성원들도 제보를 하지 못하도록 본보기로 삼고 싶을 것이다. 지금껏 해왔던대로..
아서라. 서투른 새는 나뭇가지를 요란하게 흔들며 떠나고 노련한 새는 나뭇가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흔적도 없이 조용히 떠나는 법이다. 제보자 색출의 주체들, 경거망동 하지 마라. 국가가 법률에 의해 보호하는 공익제보자를 색출하겠다고?
아! 제보자 색출의 명분이 재단의 명예 실추라고 했는데 당신들의 화법은 원래 그러한가? 정말 누가 재단의 명예를 실추시켰는지 모르는가 말이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의 일종으로 조직 구성원들을 페시미즘에 점점 빠져들도록 만드는 발상이다. 한심하기 그지없다. 예컨대 필자가 여기에 한 단어만 적어도 오금이 저릴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걸 명예실추라고 하는 거다.
주로 조직폭력 범죄나 강력 사건의 수사업무를 해왔던 필자는 그동안 제보자나 협조자가 누구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도록 일을 진행해 왔다. 그만큼 제보자 보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필자와 몇번 만났다는 이유로 제보자 혹은 제보자군으로 몰려 조직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히고 억울하게 밀고의 눈초리를 받은 사람들은 뒷목을 잡을 일이다. 사건 제보와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수개월간 삼인성호를 견뎌내며 고통스럽게 지옥을 오갔을 분들께 지면으로나마 진심으로 마음을 담아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린다. 상식적인 사람들이라면 제보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할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그런 불법적인 일이 있었는지를 궁금해해야 할 것이다. 이 반복적인 부조리와 비상식을 해결하는 길은 수사기관의 수사착수 이외에는 없다고 본다.
제보자 이야기가 나온 마당에 잠시 짚고 넘어가보자. 복권 당첨은 대다수의 꽝을 담보로 하고 있다. 복권은 요행이라도 바라볼 수 있지만 시청이나 산하기관에서의 승진, 인사, 채용, 업체 선정 등에 대해서는 시청 특정 부서와의 인맥 없이는 당첨이라는 요행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사적 인맥으로 얽힌 일부만 혜택을 보니 이러한 사달이 나게 된 것이다. 왜 샐리의 법칙은 특정 사람들에게만, 그것도 대를 이어서 찾아오고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늘 머피의법칙만 찾아오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최후통첩 게임에서 인간은 공정성이 침해되었다고 느끼거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이를 거부해 버린다.
산하기관 직원들은 공정하지도 공평하지 않은 일방적인 게임에 무기력해져 있고 직원 채용, 업체선정 등에서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거부할 경우 배신자 취급받으며 인사상 불이익 등 사적 제재를 당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기 때문이리라. 국왕의 하인도 국왕이다. 왜냐하면 그는 국왕의 권력을 빌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옛날 황제옆에서 황제와 같은 권력을 누렸던 환관들처럼. 시청측은 특정 권력 부서의 직원들이 권력에 취해 오만방자 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감독 해야 할 것이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호가호위도 적당히 하길 바란다. 시청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제 살을 도려내고 소속 공무원들과 시민들의 신뢰를 얻도록 쇄신해야 한다. 간언은 자신에 대한 사랑에서 나오고 직언은 군주에 대한 사랑에서 나오는 법이다. 리더는 간언과 직언을 구분해 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인 원숭이도 불공평한 처우에 분노와 혐오를 느낀다. 투명한 플라스틱 우리에 원숭이 두마리를 각각 가두고 안에 있는 돌멩이를 사람에게 건네주면 보답으로 과일을 주는 실험을 했다. 한쪽은 오이만 주고 한쪽은 포도를 주었더니 오이만 받은 원숭이가 두 번째 부터는 화를 내며 오이를 실험자에게 집어던지는 행동을 했다. 원숭이는 포도를 오이보다 10배는 좋아한다고 한다. 원숭이도 불공평에 분노하는데 사람이야 오죽하겠는가. 만약 당신들이 상사로부터 부당하게 지속해서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다면..... 당신들 역시 제보자가 될 것이 뻔하지 않은가.
사적인 인연을 공적 영역으로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중대한 재량권의 일탈이고 심각한 권력남용이다. 옳고 그름이 작용하지 않고 의리나 어떠한 이해관계만 작용한다면 정상이라고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 시청 특정 권력부서측은 아랫사람이나 산하기관에 부당한 지시나 강요행위를 멈추고 자중해야 할 것이다. 또한 모든 행정업무들을 원칙대로 재량권 범위 내에서 행해야 할 것이다.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언급한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에 의하면
아이히만은 법정에서 히틀러의 명령에 따라 시키는대로 일만 열심히 했을 뿐 자신은 죄가 없다고 대답했다. 평범한 50대 가장인 그에게 맡겨졌던 일은 유대인 학살을 위한 가스실을 개발하는 일이었다. 결론은 사유의 부재로 인한 유죄였다. 하급자나 산하기관장 등 아랫사람들은 불법적인 명령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상급자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는 달랐다. 상급자의 위법한 명령은 복종의 의무가 없다고 했다. 상급자의 명령이었다고 항변하더라도 법적인 책임과 처벌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아이히만의 길을 걷고 있는건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직장에서 지금 내 주변을 둘러보고 원칙주의자들이 있다면 작은 경의를 표해야 할 것이다. 그 사람들이 위기의 순간에 나의 목숨을 구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미국의 보험업계에서 산업재해와 관련하여 사용하는 하인리히법칙이 있다. 한 건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같은 원인으로 인한 29건의 경미한 사고와 300건의 사소한 징후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군포시청은 올해 초에 이어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작금의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다른 산하기관도 유사 사례로 몸살을 앓고 있으니 한시가 급하게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네편 내편 없이 모두가 우리 직원이고 시민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치안정보과 경감 이완영
(police676@police.go.kr)
군포신문 제839호 (2024년 11월 30일 ~ 12월 15일) 7면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