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포시가 지난해 5억원을 들여 철쭉동산 앞에 설치한 '김연아 조형물'

‘김연아 거리’ 예산 삭감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군포시의회가 3월 23일 제173회 군포시의회 임시회에서 시가 제출한 김연아거리 조성사업비 3천여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또한 예산 삭감을 주도한 송정열 부의장이 예산 심의 과정에서 “김연아가 군포를 떠났고 수리고에서 소장하던 물품까지 회수해 간 상황에서 군포시만 짝사랑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에 발끈한 전국 각지의 누리꾼들이 시의회와 시 홈페이지를 통해 시의회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23일 이후 현재까지 시와 시의회 홈페이지에 김연아거리와 관련된 게시글은 1천여 건을 넘어섰고, 누리꾼들은 시의회의 공개사과와 함께 의원직 사퇴까지도 요구하고 나섰다.

누리꾼들은 “시의회가 문제를 제기한 수리고 물품회수 건은 본인의 물품을 되찾아 간 것에 불과하다”며 “김연아가 거리 조성을 요구한 적도 없는데 이 같은 논란을 만드는 저의는 무엇이냐”고 비난했다.

또한 누리꾼들은 “그동안 군포시는 김연아를 통해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렸음에도 무엇을 더 바라는가”라며 “군포시가 지역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며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일부 매체의 보도로 논란의 중심에 선 송정열 부의장은 “질의 과정에서 다소 표현이 격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김연아 개인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다만 김연아 주변 어른들의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해 김연아의 이미지를 깎아 내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송 부의장은 “몇몇 보도에서 발언의 진위가 왜곡되고, 자꾸 말을 바꾸는 사람으로 비춰져 안타깝고 속상하다”며 “이번 일과 관련한 많은 이야기들 중 ‘김연아가 아닌 그 주변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는 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군포시민들은 네티즌들이 “군포시는 김연아에게 무엇을 해주었는가”라고 말하는 것과 관련 “군포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이라는 반응이다.

광정동에 거주하는 시민 P씨(남·55)는 감정적으로 예산을 심의한 시의회에 잘못이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김연아가 도장중, 수리고에 재학할 당시 시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회를 구성하는 등 꾸준히 지원해 왔다”며 “큰 도움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김연아 측의 이번 행동은 어려웠던 시기에 도와준 군포시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실제로 군포시에서는 김연아가 수리고에 입학한 2006년 수리고 학교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후원회가 구성돼 연간 3천5백여만원을 지원한 바 있으며 같은 해 원광대학교 산본병원에서 평생무료진료를 약속하는 등 군포시 각계각층에서 물심양면으로 김연아의 성장을 지원해 왔다.

한편 문제가 된 수리고 김연아 기념관 소장품 회수는 지난 1월 21일에 이뤄졌다. 수리고 김용길 교장은 “김연아 측에서 지난해 10월경부터 물품을 회수해 가겠다는 의사를 밝혀왔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장소인 만큼 그대로 유지하는게 좋겠다고 만류했었다”며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지만 우리 학교를 졸업한 김연아 선수가 이 일로 상처받는 것이 우려돼 물품을 반환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지 제556호 2011.3.10자>

김연아 측에서는 흩어져 있는 김연아의 물건들을 모아 관리하고 향후 기념관을 마련해 전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군포시민들은 물품 회수의 취지를 이해하면서도 군포시에 남겨져 있던 김연아의 마지막 흔적이 사라진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는 입장이다.

산본1동에 거주하는 시민 L씨(남·64)는 “본인의 물건을 되찾아 가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그 방식과 시기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며 “모교에 변호사를 보내고 내용증명까지 보낸 것은 좀 지나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L씨는 “향후 기념관이 만들어질 때까지 회수를 늦춘다거나 보안 시설 강화 등의 더 철저한 관리를 요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포시는 3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도장중 앞 철쭉동산부터 중앙도서관에 이르는 1.2Km 구간에 핸드프린팅 등 기념물을 전시하는 ‘김연아 거리’를 조성하고 오는 4월 30일 김연아가 참석한 가운데 ‘김연아 거리 선포식 및 명명식’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연아 선수의 소속사인 올댓스포츠는 예산 삭감 다음날인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여러 오해와 잡음을 빚으면서까지 김연아 거리 사업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며 군포시에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군포신문 제559호 2011년 3월 31일(발행)~4월 6일>

임창희기자(gunponews@naver.com)